7.11.2016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業 II

(중략)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에 다양한 타입이 있는 것처럼 작가에도 다양한 타입이 있습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글 쓰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고 언어를 선택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논하는 건 물론 안 될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같은 타입의 작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물론 한정적인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 직업적인 소설가라는 한 가지 점에 관해서 말하자면 - 개별적인 상이점을 꿰뚫는, 뭔가 그 근저에서부터 통하는 게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정신의 '터프함'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망설임을 헤쳐 나가고, 엄격한 비판 세례를 받고, 친한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고,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하고, 어느 때는 자신감을 잃고 어느 때는 자신감이 지나쳐 실패를 하고, 아무튼 온갖 현실적인 장애를 맞닥뜨리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설이라는 것을 계속 쓰려고 하는 의지의 견고함입니다.
그리고 그 강고한 의지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시키려고 하면 아무래도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가 문제가 됩니다. 일단은 만전을 기하며 살아갈 것.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 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이라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경우)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입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육체를 잘 유지해나가는 노력 없이, 의지만을 혹은 영혼만을 전향적으로 강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경향傾向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인간은 늦건 빠르건 반드시 다른 한쪽에서 날아오는 보복(혹은 반동)을 받게 됩니다. 한쪽 편으로 기울어진 저울은 필연적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육체적인physical 힘과 정신적인spiritual 힘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양쪽 두 개의 바퀴입니다. 그것이 번갈아 균형을 잡으며 제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올바른 방향성과 가장 효과적인 힘이 생겨납니다.
이건 대단히 심플한 예지만, 만일 충치가 욱신욱신 아프다면 책상을 마주하고 찬찬히 소설을 쓸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구상이 머릿속에 있고,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고, 풍성하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재능이 당신에게 갖춰져 있다고 해도, 만일 당신의 육체가 물리적인 격한 통증에 끊임없이 습격당한다면 집필에 의식을 집중하는 건 일단 불가능하겠지요. 우선 치과 의사에게 찾아가 충치를 치료하고 - 즉 몸을 합당하게 정비하고 - 그런 다음에 책상 앞에 앉아야 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너무도 단순한 이론theory이지만 이건 내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내 몸으로 배운 것입니다.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균형 있게 양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각각 서로를 유효하게 보조해나가는 태세를 만들어야 합니다. 싸움이 장기전일수록 이 이론은 보다 큰 의미를 갖게 됩니다.
- 村上春樹,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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