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2021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잡지 <소설신초(新潮)>의 문담좌담회 <이야기의 샘>에서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왠지 괴짜로 여겨지는 것 같고, 소설도 그저 별나고 시기할 정도로만 거론되어서 저도 모르게 우울해졌지요.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든가 괴짜라고 부르는 인간은 의외로 마음이 약하고 배짱이 없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활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표출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도 별난 남자라고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고리타분한, 도덕에도 굉장히 집착하는 기질의 사내지요. 그런데도 완전히 도덕을 무시하는 사람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은 듯한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나약한 성격이기에 스스로도 그 나약함만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타인과 논쟁을 못하는 것도 나약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의 기독교적인 요소도 다소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적인 정신을 말씀드리면, 저는 말 그대로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삽니다. 물론 남들처럼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지요. 애들이 딱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도저히 좋은 집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프롤레타리아적인 의식이나 이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상하게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탓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가르침을 도저히 지켜낼 수 없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었지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이런 사상은 사람을 자살로 몰아세우는 건 아닐까요?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틀림없이 잘못 해석하지 않았을까, 그 속에는 좀 더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때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표현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싫어하거나 혹은 학대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핑계일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제 감정은 항상 수줍음으로 가득 차 있어서 키를 두 치 정도 낮춰서 걸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살아왔습니다. 여기에도 제 문학의 근거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역시 사회주의는 올바른 사상이라는 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겨우 사회주의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타야마 데쓰(片山哲) 총리 같은 사람이 일본의 대표가 된 것은 기쁘지만, 저는 예전처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이런 자신의 불행을 떠올려 보면, 평생 행복이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감상이 아닌 명료한 납득의 형태로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술을 마시게 되지요. 술로 인해 문학관이나 작품이 좌우되지는 않지만, 술은 제 생활은 너무나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과 대면을 해도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중에서야 이렇게 말할 걸, 저렇게 말할 걸 하며 항상 아쉬워합니다. 언제나 사람들과 만날 때면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서 뭔가 떠들고 있어야 하는 성격이기에 저도 모르게 술을 마시게 됩니다. 그래서 건강도 해치고 집안 경제도 여러 번 파탄이 나서 언제나 가난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잠자리에서 여러 가지 개선책을 이래저래 궁리해본 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죽어야만 해결될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벌써 서른아홉 살이 됩니다.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 보면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 아무런 자신이 없습니다. 결국 이런 겁쟁이가 처자식을 부양한다니 오히려 비참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太宰治,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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