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2022

Hawfinch

2022년 5월 Hawfinch
iPhone12
Hawfinch
Hawf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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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2022

The Power Of The Dog

The Power Of The Dog 2021
Jane Campion, Benedict Cumberbatch, Kodi Smit McPhee

"Deliver my soul from the sword, my darling from the power of the dog."
- Psalm 22:20

5.17.2022

제3의 공간과 카페

인스턴트커피의 편리함에 길든 대중이 카페를 찾게 된 것은 '제3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3의 공간은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주창한 개념으로, '대화가 중심이 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즐겁고 편안한 공간'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집과 직장이 아닌 공간 중에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제3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세계를 경험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스페셜티 커피 시대에 이르러서 카페라는 공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세계화와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 '비장소non-place'가 늘어나고, 카페처럼 제3의 공간의 역할을 해줄 곳은 줄어들고 있기 떄문이다.
(중략) 우리 시대의 공간에 관해 생각해본다. 갈수록 재개발이 난무하고 비장소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니 무미건조하게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는 결코 도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무의미한 계약관계만 가득한 비장소의 확장 또한 도시의 성장이라고 볼 수 없다. 비공간에서 벗어난 카페가 더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위안을 얻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 간의 유대 없이는 살 수 없고, 공간이 주는 힘 없이는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심재범·조원진,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中

5.11.2022

플라톤의 동굴에서

(중략) 오늘날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사진에 담긴 피사체는 사진에 찍혔다는 바로 그 이유로 비애감을 띠게 된다. 추하거나 기괴한 피사체조차도 사진작가의 눈길이 닿으면 그때부터 고귀해지기에 감동을 줄 수도 있다. 아름다운 피사체라면 이미 오랜 세월을 보냈다거나 쇠약해졌다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처러운 감정을 자아내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 준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아찔할 만큼 변해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카메라는 세계를 복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형태의 생물체와 생활방식이 미처 알려지지도 못한 채 눈 깜짝할 사이에 파괴되어 간다면,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해 놓을 장치도 필요한 법이다. 앗제와 브라사이가 찍어놓은 음울하고 복잡한 파리의 모습은 오늘날 거의 사라져버렸다. 가족의 사진첩에 간직된 죽은 친척이나 친구의 사진을 보면서 이제는 이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불안감과 회한을 떨쳐버리듯이, 우리는 이제 파괴되어 버린 이웃마을과 흉측히 변해 불모의 땅이 되어버린 전원 풍경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간직해 놓았던 과거를 떠올린다.
사진은 유사-존재이자 부재의 징표이다. 벽난로에서 타는 장작불처럼, 사진은(특히 사람, 먼 곳의 풍경, 아득히 떨어져 있는 도시, 지나간 과거 등의 사진은) 우리를 몽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진은 그 안에 담긴 대상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느낌은 그 대상이 멀리 떨어져 있기에 더욱 더 갈구하게 되는 사랑의 감정을 곧바로 부추긴다. 유부녀의 지갑 속에 감춰져 있는 연인의 사진, 사춘기 청소년의 침대 근처에 붙어 있는 록 스타의 포스터, 유권자의 옷깃에 꽂혀 있는 선거용 배지의 정치인 얼굴, 택시 운전사들이 차양에 끼워놓고 다니는 자녀의 스냅 사진 - 이렇듯 부적처럼 쓰이는 사진은 감상적이면서도 은근히 주술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즉, 이런 사진은 또 다른 현실을 맞이하고 싶다거나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다.
- 수전 손택, 사진에 대하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