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2022

제3의 공간과 카페

인스턴트커피의 편리함에 길든 대중이 카페를 찾게 된 것은 '제3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제3의 공간은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주창한 개념으로, '대화가 중심이 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즐겁고 편안한 공간'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집과 직장이 아닌 공간 중에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제3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세계를 경험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스페셜티 커피 시대에 이르러서 카페라는 공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세계화와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 '비장소non-place'가 늘어나고, 카페처럼 제3의 공간의 역할을 해줄 곳은 줄어들고 있기 떄문이다.
(중략) 우리 시대의 공간에 관해 생각해본다. 갈수록 재개발이 난무하고 비장소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니 무미건조하게 높이 솟아오른 아파트는 결코 도시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무의미한 계약관계만 가득한 비장소의 확장 또한 도시의 성장이라고 볼 수 없다. 비공간에서 벗어난 카페가 더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위안을 얻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 간의 유대 없이는 살 수 없고, 공간이 주는 힘 없이는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심재범·조원진, 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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