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가 워낙 의지박약인데다, 게을러 무언가에 얽메여 있는 것을 싫어하는 탓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실천에 옮기기 보다, 그날 한 일을 적는다. 문장력도 시원찮은 탓에 글을 짓는 것에 부담을 느껴, 메모처럼 단순히 적기만 한다. 애초에 사고 싶은 것이나, 듣고 싶은 음악이나, 보고 싶은 책, 영화, 그리고 전시회 따위를 적는 습관에서 덩달아 시작된 것이라 별 다른 의미도 두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이 어느덧 습관이 되었고, 나 자신을 회고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나의 경우를 비롯해 일반적으로, 사소한 습관이 천성이 되어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소할 수 있는 습관 하나가 결코 단순히 사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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