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2009

窪塚洋介Ⅱ

'Go', 재일 한국인 스기하라의 이데올로기를 다룬 영화로써, 쿠보즈카 요스케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반항적이면서 동시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철학적인 의문을 품은 젊은 재일 한국인, 아니 학생 스기하라의 모습은, 당시 나에게 있어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그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
'란도리', '핑퐁', '흉기의 사쿠라', '같은 달을 보고 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 등 지금까지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다. 'Go' 이후, '란도리' 라는 작품은 'Go'와는 반대로 굉장히 서정적인 멜로 영화로써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흉기의 사쿠라'와 함께 그의 수작 중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흉기의 사쿠라'는 'Go'에서의 요스케의 이미지를 한층 더 심화 시켜주었던 작품임과 동시에, 그의 한국 팬들의 원성을 산 작품이었다. 이 작품 속의 그의 모습을 오해한 한국 팬들은 단순히, '우익 배우'라는 시대 착오적 평가를 내세웠지만, 이 평가는 단순히 오해에 불과하다.
일장기와 일장기를 연상시키는 장면, 반항적인 삭발, 표정 그리고 매우 폭력적인 장면들은 그러한 평가를 낳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흉기의 사쿠라'를 '우익 영화'라고 판단함과 동시에 그를 '우익 배우'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가 연기한 '야마구치'라는 인물은 오히려 반자본주의적 인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살인 청부업자에게 심한 반감을 느끼며, 전통적인 헌책방이 자본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현실에 분노한다. 실제로 '야마구치'는 자신이 극우주의자가 아닌 순수한 '내셔널리스트'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사실은 주관적 판단으로 폭력을 일삼는 불량 청년에 불과하며, 그가 지키고자 하는 '순수한 일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영화에서 "미국 음식이 맛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함과 동시에 힙합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태어나고 자란 시부야를 정화하기는 커녕 친구들의 불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무력한 존재이다. 또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하다. 이러한 영화 속 그의 모습을 단순히 '내셔널리즘'이라는 시대 착오적 이데올로기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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