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018

여시아문 I

1. (중략) 델리커시(delicacy). 이런 말은 아무래도 쑥스럽지만 그런 것을 지니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은 못 느끼면서, 얼마나 남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지 모른다.
자기 혼자 잘나서, 저것은 안 돼, 이것도 안 돼, 뭐든 맘에 들지 않는 문호는 부끄럽지만 우리 주변에만 있고, 바다 건너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어느 문호는 다자이는 도쿄말을 모른다, 고 하는 것 같던데, 그 사람은 도쿄에 태어나 도쿄에서 자란 것을, 아니 그것만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의심한다.
저 녀석은 코가 납작해서 좋은 문학은 못해, 라고 말하는 것이나 같다.
요즘 정말이지 질린 일이지만, 소위 노대가들이 국어의 난맥상을 개탄하는 모양이다. 웃기는 일이다. 혼자 잘났다. 국어의 난맥상은 나라의 난맥상에서 비롯된 건대도 눈을 감고 있다. 저 사람들은 전쟁 중에는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때 그들의 실체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사과하면 될 텐데.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면 될 텐데. 원래의 모습대로 죽을 때까지 같은 장소에 눌러앉으려고 한다.
소위 젊은이들도 칠칠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위계질서를 뒤엎을 용기가 없는가? 그대들에게 맛이 없는 것은 단호히 거부하면 되지 않겠는가. 변해야 한다.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대로 있으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자살밖에 없다고 실감한다.
이만큼 말해도 여전히 젊은이의 과장, 혹은 기염으로밖에 못 느끼는 노대가라면 나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해야겠다. 협박이 아니다. 우리의 고통이 거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번 달은 그야말로 일반개론의, 그것도 그저 화난 분풀이 같은 문장이 되었지만, 이것은 우선 내 의지를 보인 것이니, 다음부터 바보 학자, 바보 문호한테 하나하나 묘한 애기를 아뢰는 전주곡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내 독자들에게 고한다.
나의 이런 경거망동을 꾸짖지 마시오.
- 太宰治, 여시아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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