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2020

성장

과민한 방어 체계는 궁핍함을 낳는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특수한 문제들을 계속 일반화하면 삶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위협을 지나치게 빨리 지각할 때, 폭발성을 지닌 과거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 그 기억을 어렴풋이 건드리는 모든 것에 공격성을 드러낼 때, 우리는 쇠약해진다.
(중략) 방어적 태도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날카롭게 주목하고, 어떤 것들에 강한 부정적 견해를 품게 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라는 것을 너그럽게 깨닫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술작품들을 창조한 사람들의 외견상 이질적인 사고방식을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중략) 방어적인 태도를 해소하는 세번째 단계는, 처음에는 아무리 미약하고 보잘 것없더라도 예술가와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연결점을 찾는 것이다.
(중략) 다시 말해, 관람자가 어떤 종류의 예술을 이해하는 능력을 쌓으려면 누군가가 관람자의 경험 중 아주 취약한 부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때 흥미와 즐거움이 언뜻 스친다면 이는 그 대상 또는 그것을 만든 예술가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음을 의미한다. 적절한 자극이 있다면 우리는 작품을 창조한 사람의 사고방식과 우리 자신의 가치관 및 경험이 아주 잠깐이라도 설핏 겹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있다.
(중략) 처음에 낯설게 느껴지는 예술작품의 가치는, 그런 예술을 통해, 익숙한 환경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우리 인류와 충분히 교류하려면 반드시 알아야할 생각과 태도를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적으로 세속적이거나 평등주의적인 우리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일깨우지 않으며, 예술계가 찌르고 치근대고 좋은 의미로 도발할 때까지 내처 겨울잠을 잔다. 이질적인 예술 덕분에 나는 내 안의 종교적 충동, 내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에서의 귀족적인 면, 통과의례를 경험해보고픈 욕구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런 발견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의식을 확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모든 장소, 모든 시대에 우리 앞에 진열되어 있진 않다.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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