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2020

나태라는 트럼프

나의 수많은 악덕 중에서 가장 몹쓸 악덕은 나태이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나태는 어지간한 수준이다. 적어도 나태에 관해서 만큼은 진짜다. 설마하니 그렇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이지 스스로도 한심하다. 이것이 나의 최대 결함이다. 분명 부끄러운 결점이다.
나태만큼 이리저리 발뺌이 가능한 악덕도 적다. 와룡(臥龍). 나는 생각하는 중이다. 낮에 켜놓은 등. 벽면 9년. 좀 더 구상하고 책상을 다듬는다. 때를 기다린다. 현자가 바야흐로 움직이려 하면 반드시 몸을 낮추어 현명한 티를 내지 않는 법이다.
숙고. 결벽. 과잉집착. 나의 괴로움을 모르겠나. 해탈. 무욕. 때가 때라면, 그렇지? 침묵은 금. 세상사 번거롭고. 구석의 초석. 때는 아직 무르익지 않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누워 있으면 넘어질 염려 없다. 무봉천의 도리 말하지 않더라도. 절망. 돼지 목에 진주. 일조 유사시에는.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애매하게 표현하는 나라. 웃겨. 대기만성. 자긍, 자애. 마지막 남은 것에 복이 있다. 왜 그들이라고 생각이 없겠는가. 사후의 명성. 즉 고급인 거지. 명배우니까 말이지. 청경우독(晴耕雨讀). 세 번 고사하고 안 움직임. 갈매기는, 저것은 벙어리 새입니다. 하늘을 상대하라. 앙드레 지드는 부자겠지?
모두 게으름뱅이의 핑계이다. 나는 사실 부끄럽다. 고뇌고 뭐고 없다. 왜 안 쓰나? 사실은 몸의 상태가 조금 안 좋아서, 라고 궁지에 몰려서 눈을 내리깔고 애처롭게 고백하곤 하지만, 담배를 하루에 오십 개비 이상 태우고, 술은 마셨다 하면 보통 한 되 이상 쉽게 마시며, 그리고 나서 오차즈케를 세 공기나 쑤셔 넣는 그런 병자가 어디 있어. 요컨대 게으른 것이다. 언제까지고 이래서는 나는 도저히 가망 없는 인간이다.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은 나로서도 괴롭지만, 더는 자신을 응석받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괴로움이니 고매라느니 순결이니 순수이니, 그런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다. 쓰라고. 만담이든, 콩트든 상관없다. 쓰지 않는 것은 예외 없이 나태해서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맹신이다. 사람은 자기 이상의 일도 할 수 없고, 자기 이하의 일도 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권리가 없다. 인간 실격, 당연한 일이다.
- 太宰治, 나태라는 트럼프 中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