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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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략) 광고는 겉보기에 전과 딴판으로 변화된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그러한 변화의 결과로 그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우리를 설득한다. 남을 사로잡는 매력(glamour)이란 곧 선망의 대상이 되는 데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광고는 바로 이러한 매력을 제조해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제 광고 자체와 그 광고가 선전하고 있는 것들로 얻을 수 있는 쾌락과 이익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히 말해, 광고란 실제 그 자체에 기생(寄生)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옷이나 음식, 자동차, 화장품, 목욕용품, 햇빛 등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실제적인 것들이다. 광고는 쾌락을 찾으려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일깨워 준느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광고는 쾌락의 실제적인 대상을 제공할 수 없다. 어떤 쾌락을 얻는 본래의 방식을 떠나서 정말로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광고가 따뜻한 고장의 먼 바다에서 수영하는 즐거움을 더욱 확실히 나타내면 나타낼수록, 광고를 보는 구매자들은 자신이 그곳으로부터 수백마일 떨어져 있고, 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자기와는 아주 멀리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광고가 선전하는 물건이나 기회를 아직 즐겨 보지 못한 구매자에게 진짜로 제공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광고란 결코 쾌락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미래의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항상 구매자들에게, 그들이 팔고자 하는 상품이나 기회에 의해 자신이 매력적인 인물이 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그 이미지를 본 구매자들 자신이 마치 그렇게 된 것인 양 느끼게 하여 자신의 변한 모습을 부러워하게끔 한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그들을 남들의 선망의 대상인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가. 그건 바로 다른 사람들의 선망이다. 광고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사회적인 관계에 대한 것이다. 광고가 약속하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판단되는 행복이다. 선망받는 행복이 곧 매력(glamour)인 것이다.
-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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