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의 쟁점과 현황, 대안
윤리적 패션이란 사람들과 지역사회에 주는 혜택은 최대화하고 동시에 환경에의 영향은 최소화하는 의복의 디자인, 소싱, 생산을 말한다. 여기서 '윤리'란 단순히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을 통해 빈곤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생계수단을 창출하고,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행의 변화가 급속도로 빠른 패스트패션의 환경 및 사회문제가 지적되고 그 대안으로 '슬로우 패션'이 부각되면서, 패션 산업이 가진 화려함에 가려진 환경과 노동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수년 전부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부터 사회적기업, 개인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윤리적 패션 활동이 시작되었다. 윤리적 패션의 대표적인 실천방법은 다음과 같다.
[섬유] 유기농 면부터 페트병 재활용 섬유까지
먼저 친환경적인 특성을 강조한 천연소재를 들 수 있다. 유기농 면이나 유기농 울과 같이 재배방법을 개선해 만든 기존 섬유부터 콩, 옥수수, 코코넛, 우유, 대나무, 황토섬유 등 새로운 종류의 천연섬유들이 이에 해당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소재도 개발되고 있는데, 생분해성 섬유와 재활용섬유가 대표적이다. 생분해성 섬유는 토양에 묻힐 경우 짧은 시간에 분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재활용소재인 에코스펀은 웰만이 페트병으로 개발한 의류용 소재이다. 일반 폴리에스테르로 원사를 뽑는 것보다 석유자원을 절약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다. 페트병 재활용 소재는 국내에서도 생산이 되는데, 2010년 우체국 집배원의 근무복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의류로 바뀌었다.
[디자인]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옷
디자인에서의 윤리는 먼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기물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디자인한 옷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샘플링 과정에서 버려지는 샘플을 활용한 디자인, 재단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단조각들을 활용한 디자인, 판매가 되지 않아 소각 위기에 있는 제품을 활용한 디자인이 있다.
최종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서 사용된 후 버려지는 폐기물을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여기서 '버려지는 폐기물'이란 낡은 옷을 물론 다른 소비재들도 포함된다. 이처럼 가치를 발견하고 다시 디자인하여 그 옷의 라이프사이클을 재순환시키면 쓰레기량도 줄어들 뿐 아니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이러한 재활용 디자인들은 이미 많은 디자이너 또는 기업 브랜드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그 사례가 많은 편이다. 최근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개념으로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만들어졌다.
그 다음은 폐기물을 발생하지 않는 디자인(zero-waste design)이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깬, 즉 생각을 다르게 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패턴 메이킹과 재단 방법이 최소 15% 이상의 원단을 버린다는 점에서 착안한 친환경 패션디자인 방법으로 버리는 원단이 없도록 패턴을 개발하여 원단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주 입을 수 있는 디자인도 윤리적 패션이다. 입는 사람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한 디자인 또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포함되며, 거기에 소재와 품질의 향상을 통해 오랜 시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변형이 가능해 여러 가지 용도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옷들도 디자인에서의 윤리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양한 용도는 재사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수공예과 장이느이 맥을 잇는 디자인의 보존도 필요하다. 전기와 석유를 사용하는 기계화로 획일화된 상품이 늘어나면서 수공예나 장인이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표절하지 않은 디자인도 윤리적 패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잇다. 패션 디자인만큼 창의성과 독창성이 큰 가치를 차지하는 상품도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패션 디자인만큼 표절과 모방이 난무한 상품도 찾아보기 힘들다. 디자인 모방은 패션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때로는 이로 인해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창작과 디자인 영감, 그리고 모방의 경계와 그 객관적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디자인 표절을 디자이너의 윤리의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가죽과 모피 소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동물들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도 있다. 또한 인체에 유독한 직물 및 부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기준치 이상의 화학물질을 발생하지 않는 생산 환경 등도 윤리적 패션에 포함된다.
[생산환경] 정당한 임금, 안전한 환경
패션산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며, '스웨트샵(sweatshop)'으로 대표되는 산업이다. 스웨트샵이란 한국어로 저임금 노동착취 공장을 뜻한다. 매우 불결한 작업환경에서 긴 노동 시간 동안 저임금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공장인 셈이다.패션상품의 구조상 제품생산의 전 자동화가 불가능하므로 상품 원가에서 노동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의류업체들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환경과 노동조건에 규제가 덜한 제3국으로 이동했다. 좀 더 열악한 노동환경을 찾아다니는 악순환은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상황이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면서, 생산 환경 문제나 브래드나 기업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 생산자들에 의해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되었음을 증명하는 인증을 받아 소비자에게 알리기도 한다.
공정무역도 생산환경에서 윤리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환경 친화적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직거래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 물건을 싸게 만들 수 있는 생산지를 선택하고 유행을 쫓아 디자인을 하는 일반적인 무역과 달리, 일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환경, 자원, 기술에 맞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지역 생산도 생산환경에서의 윤리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 생산하면 자원과 노동력에 따라 물류가 이동되면서 생기는 불필요한 운송비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그 지역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역생산 및 사용은 아니지만, 이와 뿌리를 같이 하는 사례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풋프린트 크로니컬(footprint chronicle)'은 웹사이트에 올린 지도에 제품의 이동거리가 표시되며 아래 사진들을 클릭하면 디자인 재생섬유를 만드는 공장, 친환경 면화 인증기관, 바느지 공정을 거쳐 유통되고 다시 재생되는 과정까지 제품의 모든 사이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 원료, 제작, 운송까지 전과정에 소요되는 에너지 소비, 이동거리,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배출량), 쓰레기 배출량, 물 소비량 들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생산 및 사용이 얼마나 환경에 긍정적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윤리를 부가가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윤리적 패션은 현재진행형이다. 윤리적 패션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바르게 정착되려면 대중성과 진정성이 요구된다. 사람들에게 윤리적 패션이 많이 알려지고 있기는 하나, 길제 구매와 사용은 소수 마니아층에 한정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패션을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을 때 비로소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 품질, 가격, 브랜드 등에 있어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아직 규모가 작고, 또한 소재나 생산에 있어 윤리를 우선시하다 보니 패션산업에서 필수적인 원가 절감이 어렵다. '윤리=부가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소비자의 성숙이 모두 필요하다.
진정성도 풀어야할 문제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현재 윤리적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많은 제품들은 단편적이며 이벤트성 제품들이다. 윤리적 패션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홍보 수단이 아니라 의류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어야한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관련 법규를 재정하고 관리, 감독할 정부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이다.
- 장남경, 한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 장남경, 한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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