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썩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인연이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아무에게나 낭비해버리고 싶지 않은 아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연과 인연이 아님을 구분하기란 참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야 그것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는 인연인 어떤 사람과의 헤어짐을 이별이라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그 사람과의 인연이 깊던 얕든 그것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었던 스쳐가는 인연이었든 간에 진심으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 몇 해 전 나의 사소한 실수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인연이라는 것에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분명히 좋은 인연임에 불구하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생겼다. 지금까지도. 오늘처럼.
어쩌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지금 나의 상황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연을 구분하는 것이 애초에 불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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