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2021
사물들
제롬과 실비의 생각에 조바심이야말로 20세기의 특징인 것 같았다. 나이 스물에, 삶이란 감춰진 행복들의 총합, 삶이 허락하는 한 끝없이 계속될 성취라는 것을 보았을 때, 아니 봤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들에게 기다릴 힘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도달된 상태만을 원했다. 아마 이 점에서 이들이 소위 지식인 축에 낄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그들을 비난했고 무엇보다 삶 자체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을 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방에서 삶을 누리는 것과 소유하는 것을 혼동했다. 그들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싶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했지만, 그들에게 무엇 하나 가져다주지 않는 세월은 마냥 흐르기만 했다. 결국, 다른 이들이 삶의 단 하나의 성취로 부를 꼽게 되었을 때, 그들은 돈 한 푼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신들이 가장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자위했다. 아마 옳은 말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타인의 불행을 지워버림으로써 본인의 불행을 확대해 보여 주기 마련이다. 그들은 별 볼 일 없었다. 겨우 벌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뜬구름 잡는 축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의미에서 세월이 그들 편인 것은 사실이었다.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지의 세상이 온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보잘것없는 위안이었다.
- 조르주 페렉, 사물들 中
11.20.2021
11.12.2021
11.05.2021
10.24.2021
10.16.2021
C'mon C'mon
C'mon C'mon 2021
Mike Mills, Joaquin Phoenix, Woody Norman
Johnny(Joaquin Phoenix) and his young nephew(Woody Norman) forge a tenuous but transformational relationship when they are unexpectedly thrown together in this delicate and deeply moving story about the connections between adults and children, the past and the future, from writer-director Mike Mills.
9.15.2021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II
일상적 삶은 '느낌'에서 '사실'로, '위험'에서 '안전'으로의 끊임없는 이행이다. 예술이 진정한 삶을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면, 예술은 일상적 삶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다. 즉, 사실에서 느낌으로, 안전에서 위험으로.
- 이성복,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中
8.25.2021
7.16.2021
노부부
2021년 7월
iPhone12
노부부
동네에서 종종 마주치는 두 분이다. 뵐 때마다 항상 함께 계신다. 사실 따로 계셨다면 못 알아 뵀을지도 모른다. 두 분 모두 걸음이 불편하셔서 지팡이를 짚으신다. 불편하신 와중에도 서로를 위하셨던 모습이 몹시 애틋해 보였다. 모쪼록 두 분 모두 오랫동안 평안하시길 바라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7.09.2021
Cherry Blossoms
View Of The Exhibition, Damien Hirst, Cherry Blossoms,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ian, Paris, 2021.
Picture Thibaut Voisin.
Renewal Blossom
Fantasia Blossom
"The Cherry Blossoms are about beauty and life and death.
They're extreme - there's something almost tacky about them.
They're decorative but taken from nature.
They're garish and messy and fragile and about me moving away
from Minimalism and the idea of an imaginary mechanical painter
and that's so exciting for me."
- Damien Hirst
6.14.2021
나의 문
나에게는 어려서부터 지워지지 않는 환영이 하나 있다. 이제 막 불이 꺼진 어두운 극장 안. 영화가 곧 시작하려는 찰나에 출입문이 덜 닫혔는지 빛이 새어들어 문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아주 희미한 빛이어서 눈이 부시거나 영화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됐지만 나는 영화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상에 집중하지 못한다. 실루엣으로 빛나는 문은 영화 밖 다른 세계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고 그것은 더없이 매혹적이어서 영화가 주는 설렘을 압도한다.
나는 그후로 교실에 앉아서도, 내 방 침대에 누워서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문밖의 세계를 상상하며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어른들의 시간을 견뎌나갔다. 이 세상이 만들어내는 모든 기쁨과 슬픔, 의미와 무의미, 감각의 다발들이 극장 영화처럼 언젠가 끝날 것이고 그때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리라 믿으며 눈앞의 현실에 깊이 몰입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문을 열어도 열어도 끝없이 또다른 문으로 이어지는 어른으로서의 세상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문밖에서 펼쳐질 매혹에 사로잡힌 손은 지금도 여전히 문고리만을 좇고 있다.
"어쩌다 커피 일을 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늘 "커피를 좋아해서요"라고 답한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면 한심하다는 듯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대다수의 사람은 서커스 좋아한다고 서커스 단원이 되지 않고 야식 좋아한다고 야식을 팔지는 않아요. "네. 맞아요.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죠." 다만 축복이라고 해서, 살며 일하며 아무 문도 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 너머에는 막다른 길이나 낭떠러지도 있었고 열었던 문을 닫고 뒤돌아 나오는 길은 늘 길고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문밖이 궁금하다. 그곳에는 늘 미지의 사람과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한 세상이 닫히고, 나아가고 헤어지고, 보여지고 가려지고, 그러면서 마음의 문들을 여닫고. 그러고 보니 어떤 문은 한번 닫힌 후 영원히 다시 열리지 않았다. 아니, 차마 다시 열지 못했다. 하지만 위로가 되는 성경 속 어느 구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 서필훈,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中
5.31.2021
5.30.2021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잡지 <소설신초(新潮)>의 문담좌담회 <이야기의 샘>에서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왠지 괴짜로 여겨지는 것 같고, 소설도 그저 별나고 시기할 정도로만 거론되어서 저도 모르게 우울해졌지요.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든가 괴짜라고 부르는 인간은 의외로 마음이 약하고 배짱이 없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생활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표출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도 별난 남자라고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고리타분한, 도덕에도 굉장히 집착하는 기질의 사내지요. 그런데도 완전히 도덕을 무시하는 사람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은 듯한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나약한 성격이기에 스스로도 그 나약함만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타인과 논쟁을 못하는 것도 나약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의 기독교적인 요소도 다소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적인 정신을 말씀드리면, 저는 말 그대로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삽니다. 물론 남들처럼 평범한 집에서 살고 싶지요. 애들이 딱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도저히 좋은 집에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프롤레타리아적인 의식이나 이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상하게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탓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가르침을 도저히 지켜낼 수 없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었지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이런 사상은 사람을 자살로 몰아세우는 건 아닐까요?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틀림없이 잘못 해석하지 않았을까, 그 속에는 좀 더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때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표현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을 싫어하거나 혹은 학대하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단지 핑계일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에 대한 제 감정은 항상 수줍음으로 가득 차 있어서 키를 두 치 정도 낮춰서 걸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살아왔습니다. 여기에도 제 문학의 근거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역시 사회주의는 올바른 사상이라는 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야 겨우 사회주의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가타야마 데쓰(片山哲) 총리 같은 사람이 일본의 대표가 된 것은 기쁘지만, 저는 예전처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이런 자신의 불행을 떠올려 보면, 평생 행복이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감상이 아닌 명료한 납득의 형태로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술을 마시게 되지요. 술로 인해 문학관이나 작품이 좌우되지는 않지만, 술은 제 생활은 너무나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과 대면을 해도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중에서야 이렇게 말할 걸, 저렇게 말할 걸 하며 항상 아쉬워합니다. 언제나 사람들과 만날 때면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서 뭔가 떠들고 있어야 하는 성격이기에 저도 모르게 술을 마시게 됩니다. 그래서 건강도 해치고 집안 경제도 여러 번 파탄이 나서 언제나 가난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요. 잠자리에서 여러 가지 개선책을 이래저래 궁리해본 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죽어야만 해결될 지경에까지 이른 것 같습니다.
벌써 서른아홉 살이 됩니다.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해 보면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 아무런 자신이 없습니다. 결국 이런 겁쟁이가 처자식을 부양한다니 오히려 비참하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太宰治,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中
5.29.2021
5.27.2021
Mocassin
An encounter with someone or something that moves the heart; I want to design products that evoke an emotional connection.
One of my own earliest experiences of this kind was discovered during my late teens, within the traditional Native American moccasin.
For thousands of years, Native Americans have lived in vast territories across the continent, ranging from forest to desert regions. Long before European settlement, mankind's feet on American soil was primarily protected by moccasins; shoes in their most primitive form. Utilizing functionality from natural materials, original moccasins are cut from a single piece of leather wrapping the foot from toe to heel.
Worn in a variety of climates and environments; from rugged wilderness terrains to grasslands, there may have been slight differences in the leather used, or unique decorations and designs adorning beads and laces depending on the tribe and era. However, the basic construction has remained relatively unchanged.
We wanted to express this beautiful and functional footwear into a product suitable for urban environments; in early visvim collections, we introduced the 'FBT' which combined a redesigned upper with the original Native American feeling with modern sneaker outsole technology.
Our prototype developed intent to maximize comfort and breathability consisted of a single piece of vegetable astringent-tanned elk leather with no lining and no glue, and a shock-absorbing EVA (ethylene vinyl acetate copolymer) midsole stitched together.
After trial wearing them for a few months, the leather upper of our moccasin came to develop a well-aged patina, which our team felt enthusiastic to offer to our customers.
In order to achieve the unique slope of the soles that stretches all the way to the toes, we used wooden lasts sewn to a thin rubber vibram sole to give birth to our BEARFOOT series.
Original moccasins worn by Native Americans, were made of deer hide tanned white or beige, sewn together to leather soles, which were replaced once damaged to ensure a long life of continued use.
Within our collections up until that point, the FBT silhouette featured a prominently sneaker style and design. We wanted to redesign our version of a moccasin with a slightly more primitive feel and aesthetic, slightly raising the rubber to create cupsole stitched in place to the upper.
Of course, we continue to incorporate great breathability by the use of natural materials such as cork and veggie tanned leather we've developed over recent years, placing importance on comfort when worn over time. I've enjoyed working on and designing these, as one of my favorite pairs of moccasins so far by visvim
Visv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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