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이 앨범을 즐기기 위해서 몇 가지 먼저 알고 가야 할 사실들이 있다. 우선 제이지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지난 과정들이다. 몇 가지를 설명하자면,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두고 도망갔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하지만 일찍이 랩을 시작하면서 음악 산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여러 사업을 성공시켰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입지를 지니게 되었고, 현재의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두 번 모두 도움으로써 더욱 큰 존재가 되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밑바닥에서 단순히 부자를 넘어 신화적 존재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가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사업만 한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앨범을 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새로운 음악'을 끊임없이 흡수하였다. 동년배 랩퍼들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며 전설이 되는 동안,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움직이며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알면 앨범은 더욱 재미있다. 물론 제이지야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이미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알고 있겠지만, 이러한 맥락을 알지 못하더라도 본작은 힙합 음악과 그의 랩을 감상하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이번 앨범은 힙합씬 최고의 프로듀서들인 스위즈 비츠(Swizz Beats), 퍼렐(Pharrell), 팀발랜드(Timbaland)와 함께 주로 작업을 하였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만나 함께 작업을 하며 이루는 바이브는 단순히 우리가 팝 음악에서 봐왔던, 일반적인 공동 작곡과는 또 다른 진면모를 느낄 수 있게끔 해준다. 이 셋은 최고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면서 그간 제이지와 가장 많은 작업을 해온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들을 서로의 장점과 분위기를 잘 알고 있고, 제이지의 히트곡들 대부분은 이 세 명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에 전매특허의 캐치한 플로우, 히트곡을 알아보는 능력은 앨범을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트렌드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통해 더욱 그 가치를 높였다.
세계 최고의 팝 디바이자 자신의 부인, 비욘세(Beyonce)와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Part II'나 딸에 관한 언급을 담은 'Jay Z Blue'처럼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과 지난 이야기들과 속내를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힙합 고유의 충성심이나 자랑을 들을 수 있는 'BBC', 'La Famalia'와 같은 트랙들도 있다. 명실상부 힙합의 아이콘인 그이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REM, 너바나(Nirvana)와 같은 락 밴드들의 음악을 차용해 오기도 하였다. 제이지가 갑자기 락 음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꽤 오래전 그는 그런지 락(Grunge Rock)이라는 장르를 두고 '힙합이 조금 더 늦게 부흥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리고 일찌감치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Chris Martin)과 같이 작업을 할 만큼 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제이지는 단순히 돈과 명예, 여자를 자랑하는 가사를 쓰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그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워낙 다양한 인생을 살아온 그이기에 좀 더 다채로운 내용의 가사를 쓸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런 경험의 차이를 뛰어넘어 지금의 제이지는 그런 내용들을 조합해 명쾌하게 랩으로 뱉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Holy Grail' 역시 명예와 돈, 관계의 양면성을 교묘히 중첩시켜 풀어내는 과정에서 커트 코베인(Kurt Cobain)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죽음을 가사에 인용하였으며, 'Oceans'와 'Heave'에서는 제이지만이 할 수 있는 신선한 비유와 넘치는 자신감들을 꺼낸다. 그를 두고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루미나티와 관련된 음모론을 포함한 수많은 루머들을 공개적으로 비웃는 동시에 밑바닥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오면서 느꼈던 부분들도 조금씩 풀어낸다. 힙합 고유의 슬랭이나 명품의 이름과 예술가,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공존하는 가사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가끔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하다. (중략)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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