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우리의 과제와 문제는 비록 일회적이고 또 지나가겠지만 우리에게는 전체 삶과 다름없다. 그것은 일반적이거나 교훈적인 가르침을 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해결되려고'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이고, 고통은 우리를 힘들게 하려고 존재한다. 고통이 곧 삶이고, 기쁨과 가치는 오직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모든 일반적인 말은 금세 시시한 잡담이 되어버릴 테니까.
지옥을 행해 가라.
지옥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최상의 것은 저절로 뒤따라온다.
나는 내 책들을 통해 이따금 젊은 독자들을 혼돈의 출발점으로 데려가곤 했다. 혼돈의 출발점이란 젊은 독자들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혼자서 인생의 수수께끼를 대면해야 하는 곳을 뜻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벌써 위험을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다시 돌아가서 새로운 길과 기댈 곳을 찾는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길 안내자' 없이 혼돈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가 우리 시대의 지옥을 의식적으로 경험한다.
내 책들은 독자들을,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 시대의 이상과 도덕 뒤에서 혼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내가 계속 그곳으로 그들을 '안내'하려면 나는 거짓말을 해야만 하리라. 구원과 가능성을 알고 혼돈을 새롭게 정돈하는 것은 오늘날 '학습'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개개인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경험으로 얻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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