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라는 장편소설의 대략적인 구상이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열다섯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자'는 것이었다. 어떤 이야기가 될지 전혀 알 수 없지만(나는 늘 어떤 이야기가 될지 예상하지 않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어쨌든 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자, 라고. 그것이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주제였다. 지금까지 내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이십대에서 삼십대 사이의 남성으로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에 살고,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혹은 실업 상태였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그들은 결코 높이 평가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 시스템의 주류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개인적인 시스템과 그들만의 독자적이고 개인적인 가치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일관성을 유지하며 상황에 따라서 강해질 수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묘사해온 것은 대체로 그런 라이프스타일이고 그런 가치관이며 그들이 살면서 개인적으로 겪어나가는 그런 세상사였다. 그들의 눈으로 보는 이 세계의 실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년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 까닭은 소년이란 '변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영혼이 아직 한 방향으로 고정되지 않은 유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 같은 것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신이 끝없는 자유를 모색하여 갈피를 못 잡는 데 반해 육체는 무서운 속도로 성숙을 향해 치달린다. 나는 그렇게 영혼이 흔들리고 움직이는 상황을 픽션이라는 그릇 속에서 세밀하게 그려내보고 싶었다. 한 인간의 정신이 과연 어떠한 이야기 안에서 형성되어가는가, 어떠한 파도가 어떠한 지점으로 그들을 실어나르는가, 나는 그것을 그려내고 싶었다.
(중략) 다무라 카프카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집을 뛰쳐나와 거칠고 황량한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려는 힘이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현실 속의 힘이며 어떤 경우에는 현실을 넘어선 곳에서 밀려오는 힘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혼을 구제하려 애쓴다. 혹은 결과적으로 구제한다. 그는 세계의 끝까지 휩쓸려가 제 힘으로 되돌아온다.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다. 그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 있다.
- 村上春樹, 잡문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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