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2013

우리가 살아가는 난처한 세상

(중략) 그렇지만 다카하시 씨가 느끼는 바와 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뼈저리게 공감했다. 내가 사린 가스 사건을 다룬 '언더그라운드'를 썼을 때도 절실하게 깨달았지만, 우리네 세상사의 대부분에는 결론 따위가 없다. 특히 중요한 문제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진다. 직접 발로 뛰면서 1차 정보를 많이 수집할수록, 취재에 시간을 더 투자할수록 매사의 진상은 혼탁해지고 방향을 잃은 채 어지러이 내달린다. 결론은 점점 더 멀어져가고 시점은 이리저리 갈린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우리는 어쩔 줄 몰라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어느 쪽이 앞이고 어느 쪽이 뒤인지, 점점 더 알 수 없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혼탁을 헤쳐나가지 않고는 결코 보이지 않는 정경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 정경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설령 눈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것을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말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그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가치 있는 글이 나올 리 없다. 왜냐하면 글 쓰는 이의 역할은 (그것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원칙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전달하기보다는 총체적인 정경을 전달하는 데 있으니까.
- 村上春樹, 잡문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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