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물론 아날로그 LP에서 CD로 바뀌면서 소리가 개선된 예도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면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경우는 목욕탕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울렸는데, CD에서 순식간에 선명해졌죠. 마치 다른 음악처럼. 사이먼 앤 가펑클도 상당히 느낌이 달라졌고, 얼마 전에 나온 밥 딜런의 CD도 좋더군요. 그와 반대로 블루노트의 '루디 반 겔러' 재발매 음반처럼 '뭐야, 이게?'라고 개인적으로 한마디 하고 싶은 경우도 있죠. 나는 결코 편협한 인간은 아니니 양 매체의 좋은 점을 각각 폭넓게 즐기고 싶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세대든 음악을 정면으로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이 일정 숫자는 있을 테고, 그것은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휴대전화로 읽는 시대가 되어도 계속 종이책을 사서 읽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간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가장 편리한 매체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어느 시대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전체의 십 퍼센트쯤 될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십 퍼센트의 사람들을 향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라고 할까, 사실 나라는 개인이 이 자리에서 세간 대다수 사람들의 얘기를 해도 소용없는 일일 테죠.